이번 글에서는 정보사회의 중심이된 다중매체의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다중매체의 현실
다중매체 혹은 멀티미디어(multimedia)는 '많은', '다수의'라는 뜻을 지닌 Multum과 매체(medium)의 복수형인 Media가 합쳐진 낱말이다. 이는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여러 형식의 정보 콘텐츠 및 정보처리 기능을 이용하여 사용자들에게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미디어를 가리킨다. 이용자 간 상호작용(interaction)을 보다 원활하고 다양하게 연결하는 역할도 새롭게 떠맡는다. 신문과 방송 등 단일매체가 해오던 기존의 사회적·문화적·교육적·정치적인 매개기능을 수행하는 점에서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터넷과 연결된 역할을 동시적으로 보다 수월하게 행할 수 있는 것이 멀티미디어, 다중매체이다.
1945년에 발명된 컴퓨터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간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컴퓨터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정보처리의 용량과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빨라졌으며, 다룰 수 있는 기능도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상호작용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대학과 정부 기관 등 소수만 이용할 수 있었던 과학기술로서의 컴퓨터는 퍼스널 컴퓨터 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상 인류 모두가 접속 가능한 일종의 대중매체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학교나 직장은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일상적으로 컴퓨터에 접근한다. 일상생활이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컴퓨터를 빼놓고는 더 이상 세계를 체험하고 세상을 상상하는게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앞서 방송이 환경이었다고 말했는데, 컴퓨터 또한 또 하나의 환경이다. 컴퓨터로 사람들을 만나고 메시지를 교환하며, 다른 사람의 근황을 전달받는다. 또한 즐거움을 추구하고 예술창작을 실천하며, 일종의 평생교육 기회를 갖는다. 뉴스를 접하고, 의견을 표시하며,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정보 압축 및 복원, 전달의 기술을 자랑하는 컴퓨터가 이제 사회를 구성하고 정치를 매개하며 경제를 순환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 중심의 정보사회와 지식사회를 주도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대중매체, 교통매체인 컴퓨터가 바로 대표적인 멀티미디어이다. 원고 텍스트를 쓰면서 인터넷 라디오방송국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듣고, 어 제 벌어진 스포츠 게임의 동영상을 즐기면서 동시에 먼 나라의 이웃과 사적인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컴퓨터 매개의 환경을 우리는 다중매체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멀티미디어'라는 말은 매우 모호하고 다의적이다.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모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1965년에 이 단어가 최초로 쓰였을 때는 영상과 실험 조명, 퍼포먼스 아트, 예술을 한데 묶어 무대에 올린 공연 스타일을 가리켰다. 미술과 음악, 영상, 공연은 오랫동안 독자적인 예술형식으로서 별개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들 단일 미디어를 실험적으로 묶어 표현하려는 시도에서 멀티미디어 창작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1970년대 말까지도 멀티미디어는 다수의 프로젝트 슬라이드쇼나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을 서술하는 용어로 쓰였다.
전자적으로 처리된 수백 메가바이트 이상의 시청각 이미지 및 텍스트 자료를 전시하는 것,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매개하는 미디어 장치 혹은 미디어 환경으로서의 멀티미디어 개념은 인터넷이 급성장한 1990년대 이후부터 고착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멀티미디어로서의 컴퓨터가 인터넷이라는 전자적 망과 연결되어 디지털 사회 이전에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광대하며 손쉬운 문자와 그림, 영상, 소리의 통합 공간을 구현했다. 이제는 누구나 익숙한 사이버 스페이스가 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