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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을 바라보는 2개의 시선

by 보라돌이타노스 2024. 11. 4.

 

이번 글에서는 다중매체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을 바로 보는 시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디지털을 바라보는 2개의 시선

 

미디어 기술은 다른 분야의 기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다투어 미디어·정보 산업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미디어 기술의 진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사실 기술은 자본의 산물이다. 그 본질은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동시에 기술은 자신을 잉태한 자본의 성격을 거꾸로 변화시킨다. 나아가 자본을 중심으로 짜인 사회 형태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그러한 점에서 미디어 기술과 자본주의 사회는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른바 '상호 결정 (over-determination)'의 관계를 맺는다고 할 수 있다.

 

방송을 비롯하여 미디어의 발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보다도 디지털 기술이다. 이미 많은 학자와 연구자가 '디지털 혁명'이라 일컫는 현상에 관해 말해 왔다. '디지털 전도사'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1990년대 중반에 이미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디지털이 향후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하며 운영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의 운명이 디지털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현재 그 예는 어느 정도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무엇보다 정보의 폭발을 이끌었다. 정보 집적 및 지식 교환 방식의 혁신을 초래한 것이다. 디지털 혁명 예찬론자들은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수용자에게 일방적(one-way)으로 제공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고 자율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쌍방향(two-way) 혹은 다방향(multi-way) 커뮤니케이션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이전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지식, 문화, 가치의 보다 빠르고 원활하며 다원적인 교환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런 긍정적 평가와 달리 디지털 기술이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비관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표한다.

 

첫째, 디지털 기술 이용 가능성의 차이에 따른 사회적 격차 및 분리 심화의 현상으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효과이다. 디지털 기술이 특정 인구에는 증진된 부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활용 능력이 떨어지거나 디지털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는 다른 집단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빈곤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은 물론이고 국가 내부에서 계층 간에도 발생하는 격차이다.

 

둘째, 이와 연관된 것으로 '디지털 독점(digital monopoly)'의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투자비용이 발생하는 미디어 기술은 기본적으로 자본의 산물이다. 따라서 개발이익은 누구보다 자본의 것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디지털 미디어 상품시장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IT 업체들이 국내외에 출현했다. 기존의 기업들도 더욱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이는 결국 부의 불평등과 계급 격차의 심화, 독점의 강화로 이어지고 만다는 점에서 디지털의 경제효과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감시(digital surveillance)'의 비판이 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제기한 '감시사회(surveillance society)' 이론, 여기서 나아간 질 들뢰즈 (Gilles Deleuze)의 '통제사회(control society)' 비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로버트 맥체스니 (Robert Mechesney) 교수가 이러한 입장을 대표한다. 2013년에 그는 자신이 내놓은 '디지털 디스커넥트'를 통해 국가권력이 시민사회 감시의 장치로 디지털을 활용하는 현실을 실증적으로 폭로하였다. 그리고 디지털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전체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날카롭게 경고하였다.

 

이러한 경고의 목소리에 주의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고 필요하며 긴급한 일이다. 디지털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정치적·문화적으로 유익하게 전유·활용될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국가권력 감시수단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이윤 축적 및 권력의 선전·감시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과 더불어, 대중들 사이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쓰일 가능성을 동시에 주목하는 양가적(dual) 태도가 바람직하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도 아니며 모든 병폐의 원인으로도 치부될 수 없다.